한국인의 역대급 응원받은 메이저리거들 (=박찬호 도우미들)

2023. 6. 30. 22:35좋아하는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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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대,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데뷔 첫승을 거뒀다. 그때만 해도 사람들에게 메이저리그는 생소했다. 소수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그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상대로 탈삼진 잡는 영상이 뉴스를 통해 전해지면서 MLB는 벼락처럼 한국 사회를 휩쓸었다.

 


IMF 시절이었다. 힘들다는 말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박세리와 함께 박찬호 경기를 더 열심히 응원했다. 박찬호가 1승을 거둘 때 사람들은 자기 일인 것처럼 좋아했다. 그런 분위기에서 신조어가 등장했다. 박찬호의 친구들 혹은 박찬호 도우미라는 단어였다. 바로 박찬호가 승리투수가 될 수 있도록 타석과 마운드에서 맹활약한 선수들을 의미하는 뜻이었다.

 

사람들은 이름조차 생소한 그들을 얼마나 응원했던가. 그들의 헛스윙 한번에 한탄하고 안타 하나에 기뻐하고 홈런 하나에 소리를 질렀다. 박찬호와 함께한다는 이유로, 그리고 박찬호가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이유로 한국인들은 그들을 그렇게나 응원했다. 아마 역대급이지 않았을까..?

이제는 추억이 된, 그러나 여전히 생생한 박찬호 도우미들을 소환해본다. 모두 다섯명이다. 누굴까? 스타트.

 

 


1. 게리 셰필드
MLB의 전설 중 한 명이다. 22년 동안 0.292의 타율에 509홈런 1676타점을 기록했다. 올스타 선정만 9번 됐을 정도로 활약이 뛰어났다. 게리 셰필드는 박찬호 도우미로 특히 유명했는데 이는 박찬호가 개인 한 시즌 최다승인 18승을 기록했던 해에 그도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무려 43개였다. 박찬호는 게리 셰필드가 얼마나 든든했을까. 
 

 


2. 라울 몬데시
파워와 스피드가 뛰어나고 수비 능력도 뛰어난 외야수였다.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오르기도 했던 그는 전성기 시절 한 시즌 '30홈런-30도루'를 두 번이나 달성했는데 이때가 박찬호의 전성기와 겹친다. 당시 기록을 보면 소름이 돋는다. 라울 몬데시는 1997년부터-1999년까지 3년 간 무려 93홈런, 276타점을 기록했다. 박찬호의 전성기를 1997년부터 2000년 초반까지로 본다면 라울 몬데시의 존재감은 더할 나위 없었다. 

 


3. 숀 그린 
2000년대 초반 LA다저스의 4번 타자를 맡았다. 다저스에서 그는 2000년 24개의 홈런과 99타점, 2001년 49개의 홈런과 125타점, 2002년에 42개의 홈런과 114타점, 2003년 19개의 홈런과 84개의 타점, 2004년에 28개의 홈런과 86타점을 기록했다. 결정적인 순간 홈런을 쳐서 박찬호 경기 응원하던 사람들을 들썩이게 만든 박찬호 도우미였다.

 


4. 마이크 피아자
MLB의 유명한 공격형 포수다. 그는 박찬호가 14승을 기록한 1997년, 그러니까 본격적인 선발투수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그해에 0.362의 타율에 40홈런과 124타점을 기록하며 박찬호가 두자리 승수를 달성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이해 마이크 피아자가 워낙 화려한 시즌을 보내서 박찬호의 전담포수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함께 활약한 건 1997년이 전부다. (다음해 마이크 피아자는 트레이드되었고 한참 후에 다른 팀에서 만났지만 그때는 둘 다 다저스 때처럼 좋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마이크 피아자는 박찬호 도우미라고 할 수 있다. 박찬호의 선발을 완성시켜준 선수였으니까.  

 


5. 제프 쇼
마무리투수로 꽤 유명하다. 1990년부터 2001까지 선수생활을 했는데 그중에서 LA 다저스에서 경기를 뛴 건 1998년부터 2001년까지다. 그럼에도 국내 팬들에게는 굉장히 익숙한 이름인데 박찬호가 선발로 호투하면 제프 쇼가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지었기 때문이다. 1998년 48세이브, 1999년 34세이브를 기록하며 다저스의 마무리로 이름을 떨친 제프 쇼였지만 아주 가끔 박찬호 경기에서 블론세이브를 기록해서 국내 팬들에게 많은 욕을 먹기도 했다. 하지만...

1998년부터 2001년까지 박찬호 승리투수 조건 충족의 경기에서 제프 쇼는 91%의 세이브 성공률을 거뒀다. 무려 31세이브다. 박찬호와 제프 쇼가 31승을 합작했다는 의미다. (이때 제프 쇼의 방어율은 1점대다.) 이보다 든든한 박찬호 도우미가 또 있었을까. 그가 있어 박찬호는 더 안전하게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

 

 


아, 그 시절을 돌아보니 아련한 그리움이 밀려온다.
이럴 때 느낀다.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는 것을.
때로는 어떤 것보다 강력한 드라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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