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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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의 전설' 형사 박미옥은 누구인가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탈옥수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신창원. 그는 신출귀몰하게 경찰을 피해 도망다녔다. 그러다가 얼마 뒤, 그가 체포되었다. 여기까지는 그 시절을 지낸 한국 사람들 대부분이 아는 일. 하지만 여기에 놀라운 에피소드가 있다. 신창원이 검거된 후에 어느 여형사에서 인사를 했다는 것이다. 전설의 여형사로 통하는 박미옥, 그이를 보고 신창원은 벌떡 일어나 인사를 했다고 한다. 무슨 이유 때문이었을까. 박미옥은 누구인가. 1991년 우리나라 경찰 최초로 ‘여자혀아기대동대’가 창설된다. 그때 박미옥의 최초의 강력계 여형사가 된다. 본래 그이는 교통순경이었다. 거리를 지켰던 순경은 형사를 꿈꿨다. 다들 여자가 무슨 강력계 형사를 하냐고 했지만, 그이는 기어코 해냈다. 전설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23살의..
2023.08.22 -
참 슬프고, 좋다 : 서명숙의 <영초언니>
는 ‘천영초’라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천영초는 서명숙에게 담배를 알려줬던 나쁜(?) 언니였지만 한국 근현대사의 모든 순간에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 온몸을 던졌던 사람이기도 했다. 박정희 유신정권과 긴급조치는 물론이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나 6월 항쟁 등에도 그랬다. 그 시절, 천영초는 서명숙과 함께 독재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만들어 뿌렸고 길거리 투쟁의 맨 앞자리에 나아갔다. 야만의 시대였다. 그 시대의 폭력성은 사람들을, 그리고 여자들을 모욕했고 망가뜨렸다. 천영초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가 당했던 고문은 이곳에 차마 옮기지 못할 정도로 잔인했다. 그럼에도 천영초가 민주주의를 외치는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던 건 왜 일까. 그녀가 무슨 대단한 위인이라 그런 것일까? 아니다. 아니기에..
2023.08.13 -
좋은 친구와 책은, 놓치고 싶지 않은 보물이다
"자넨 무엇 때문에 그렇게 분주하게 사는가?” 마누엘이 대답한다. “책임감 때문이지요.” 천사는 다시 묻는다. “하루에 십오 분만이라도 일을 멈추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세상과 자네 스스로를 돌아볼 수는 없나?” 마누엘은 그러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고 대답한다. “그럴 리가 있나.” 천사가 응수한다. “누구에게든 시간은 있네. 용기가 없을 뿐이지. 노동은 축복일세. 그것을 통해 우리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다면 말이야. 그러나 일에만 매달려 삶의 의미를 도외시한다면 그것은 저주야.” 회사에 급하게 다녀와야 할 일이 생겼다. 일요일의 도로는 한적했다. 나는 음악이나 들으며 그 길을 달리려 했다. J에게 전화가 왔다. 오래된 친구다. 음악을 끄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J는 내가 올해 들어 좀 이상해..
2022.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