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권의 여행책을 소개해봅니다.

2023. 7. 12. 00:09독서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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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랜 여행>

그녀가 8년 동안 몸담은 회사를 그만두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여행을 가야겠다고, 잠깐 다녀오는 여행이 아니라 ‘오랜 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무엇일까? 어떤 중요한 계기가 있었던 것일까? 아니다. 그녀가 여행을 가려고 했던 건, 욕심 때문이었다. 그리고 갈망 때문이었고 또한 애태우던 어떤 마음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떠났다. 회사의 동료들은 왜 그러냐고 했지만 그렇게 그녀는 떠났다. 그리고 여행은 시작된다. 자신만 바라보는, 자신을 더 사랑하는, 자신과 대화하는 여행이 그렇게 펼쳐진 것이다.

장기배낭족 모모리의 417일간의 여행을 담은 <오랜 여행>을 읽었다. 읽는 동안 나는 참 뿌듯했다. 비록 나는 직장인으로 고작해야 이렇게 여행에세이를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을 뿐이지만, 그래도 누군가 세상을 떠돌며 남긴 흔적을 반추하면서 세상 곳곳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가슴 속 한 곳을 훈훈하게 만들어줬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읽었고 상상하려고 했다.

책을 읽다가 나는 고개를 몇 번 들었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여행의 낭만을 꿈꾸게 해주는 것도 많았지만, 특히 책 속의 사진들은 움켜쥐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고 황홀했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떠난 후에야 더 그리워지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었기에, 더욱이 그것들이 지금 내 곁에 있는 것들이기도 하기에 어떤 생각들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글들은 소박하다. 그녀가 건네는 이야기들 또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것들 하나하나가 이토록 애틋하게 여겨졌던 건 왜일까. 진솔하기 때문인가. 먼저 걸어간 여행 선배의 짠한 마음 씀씀이가 느껴지기에 그런 것일까? 책을 읽는 동안, 나와 그녀는, 우리는 참 많은 것들을 공유했던 것 같다.

소망 한 가지. 나도 언젠가 그녀가 말했던 “나는 꼬창의 일물처럼 아름답고도 슬픈 일물을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느껴보고 싶다. 한동안 애태우게 생겼다.

 

 

2.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다>

날은 더웠다. 나는 여수를 떠올렸다. 엑스포가 열린다는데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과 여수 일대의 소문난 풍경을 보고 싶었다. 막연하게 바다를 상상하며 혼자 피식- 웃기도 했다. 더웠다. 흐르는 시간마저 비틀거렸고 나는 욕실 바닥에 찬물을 틀어놓고 이 책을 읽었다. 제목이 멋지니까.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다, 고 하는데 뭘 어쩌랴. 나도 걷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읽는다.

1박2일이 살짝 보여줬던 매물도의 그 풍경을 담아낸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다>는 알싸한 비빔밥 같은 읽는 맛이 있다. 어설픈 시인 박남준과 뭔가 기괴한 시인 이원규, 그만큼 희극적인 소설가 한창훈이 도시에서 온 여인 최화성과 함께 매물도 여행한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이게 참 기막힌 것이다.

뭔가 웃기기도 한데 낭만적이고, 뭔가 아이러니한데 깨소금 같은 것이 만져지고, 뭔가 아름답기도 한데 서럽고, 서러움에 젖어들 법한데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시원함이 느껴지고… 도대체 이 책의 정체는 무엇인지? 아니, 이들의 정체는 무엇인지? 어찌하여 이렇게도, 읽을수록 더 매력적인 것인지. 3명의 아저씨와 1명의 도시녀의 만남이 이렇게 유쾌하면서도 가슴을 아찔하게 하다니!

어쩌면 이들의 심상치 않은 신분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돈 벌기 싫다고 산으로 들어간 시인, 오토바이 타고 떠도는 시인, 거문도에 살고 있는 바다사나이 소설가, 이야기 찾아다니는 그녀… 아, 이 맛이 깨소금이고 그 맛이 일품이다. 이건 뭐, 그렇고 저런 맛집은 비교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이야기에 정겨움에 더해지고 녹록치 않은 인생의 여운까지 담겨있으니 뭘 더 바랄까. 오랜만에, 여행에세이 읽으며 행복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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