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전엔 몰랐던 것들>을 읽었다.

2023. 7. 15. 11:33독서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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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민의 <일하기 전엔 몰랐던 것들>을 읽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부제인 ‘가장 절실하지만 한 번도 배우지 못했던 일의 경제학’이라는 말이 무슨 소린가 싶었는데, 펼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단번에 알았다. 

이 책은 비정규직, 정규직, 여가마저 정복해버린 자본, 승자독식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잠시 고등학교나 대학교 때 잠시 배웠던 경제에 대해 생각해본다. 공기업과 사기업의 차이 정도가 기억난다. 그때는 ‘비정규직’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세상이 그것 때문에 이렇게 힘든데,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그것과 연을 맺고 살아가는데, 왜 몰랐을까.

저자의 말에 따르면 경제학 교과서가 “노동을 묘사하는 방식은 때로는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을 불어 넣기도 하고 때로는 지저분한 현실을 미화”한다고 한다. 혹은 침묵한다. 남의 이야기처럼 만들어버리는 것도 있지 않을까. 고등학교 때는 대학 잘 가면 좋은 곳에 취직할 것이고 대학교 때는 스펙 잘 쌓아서 대기업 가면 된다고 하지만, 그러면서 은연중에 ‘노동자’가 될 일이 없는 것처럼 말하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일하기 전엔 몰랐던 것들>은 그것부터 시작하고 있다. 한 사람이 성장하면서 어떤 말들을 듣는지, 막상 직장을 구해서 일을 하려고 할 때 얼마나 당황하게 되는지, 일을 하면서 또 어떤 일을 겪는지, 말 그대로 ‘일하기 전엔 몰랐던 것들’을 대놓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그것으로, 

한국사회를 그린다. 류동민은 ‘일’이라는 키워드, 혹은 거의 모든 국민이 껴안고 살아야 할 그것으로 대한민국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점쳐보고 있다. 그 작업은 워낙에 방대한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굉장한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류동민이 바라보는 것들이, 워낙에 현실적이기에, 그래서 나도 모르게 힘을 주고 마는 것일 게다. 

<일하기 전엔 몰랐던 것들>은 기이한 사회학 책이다. 반짝거리는 내용이라고는 하나도, 정말 아무 곳에도 없는데, 읽을수록 든든하고, 또 노동자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진다. 막연하게나마 느꼈던 그 불안감과 안타까움의 정체를 또렷하게 보여주기 때문일까. 세상을 좀 더 분명하게 바라보게 해주기 때문일까. 이유는 여러 가지. 분명한 건, 이 책 읽으면 세상을 사는데 좀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사실. 본능적으로, 그것이 느껴졌다. 적어도 스스로 착취하자는 말자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도.

우리 세상 잘 살자. 그러니 책을 읽고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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