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친구와 책은, 놓치고 싶지 않은 보물이다

2022. 12. 18. 16:21독서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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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넨 무엇 때문에 그렇게 분주하게 사는가?”

마누엘이 대답한다.

“책임감 때문이지요.”

 

천사는 다시 묻는다.

“하루에 십오 분만이라도 일을 멈추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세상과 자네 스스로를 돌아볼 수는 없나?”

마누엘은 그러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고 대답한다.

 

“그럴 리가 있나.” 천사가 응수한다.

“누구에게든 시간은 있네. 용기가 없을 뿐이지. 노동은 축복일세. 그것을 통해 우리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다면 말이야. 그러나 일에만 매달려 삶의 의미를 도외시한다면 그것은 저주야.”

 

회사에 급하게 다녀와야 할 일이 생겼다. 일요일의 도로는 한적했다. 나는 음악이나 들으며 그 길을 달리려 했다. J에게 전화가 왔다. 오래된 친구다. 음악을 끄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J는 내가 올해 들어 좀 이상해졌다고 한다. 그 이상함이란 무엇일까. J에게 말은 못했지만, 실은 그게 요즘 고민이다. 그런 비슷한 말들을 여기저기서 자주 듣고 있는데, 그 말의 뉘앙스가 결코 좋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J는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분명히 그렇다고 했다. 나는 따졌고 J는 웅웅 거렸다. 도로는 유난히 조용했고 그래서인지 나는 그것이 더 신경 쓰였다. J는 <흐르는 강물처럼>을 이야기했다. 읽어보라고 했다.

 

이 무슨 재밌는 상황인가.

 

그건 작년에 내가 그에게 선물해줬던 책이었다. 나는 풋, 하고 웃었다. 내가 선물했거나 혹은 권했던 책을, 역으로 읽어보라는 말을 들어본 건, 그러니까 처음이었는데, 그게 좀 웃겼다. 나는 알았다고 했다. 그냥 알았다고 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함께 들고 온 책들을 정리했다. 그러다가 <흐르는 강물처럼>이 보였고 나는 J의 말을 떠올렸다. 나는 펼쳤다. 무심코 펼쳐진 곳들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내가 읽다가 접어둔 페이지들이었다. 나는 그것들을 읽었다. 가슴이 따끔거렸다. 가슴이 따끔 따끔거렸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허둥거렸다.

 

나는 J에게 문자를 보냈다.

좋은 친구와 책은, 놓치고 싶지 않은 보물이다. 새삼스럽게, 그것을 꼭꼭 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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