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 소설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의 깊은 맛

2023. 9. 23. 00:41독서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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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9개의 작품들로 구성된 이 소설집의 특징은 역시 성석제의 전매특허인 능청스러움이 짙게 묻어있다는 점이다. 해학이 있으며 거침없는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를 물고 오는, 이야기들의 행렬이 있고 따스한 정이 담겨 있다. 또한 그동안 작가가 관심을 갖고 몰입해오던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성석제는 인간들의 사건을 능청스러우면서도 우습게, 때로는 슬프게, 또는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거의 대부분의 소설이 인간들을 그려낸다고 하지만 성석제의 소설에서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평범하면서도 낯익은, 바로 옆집에 사는 아줌마와 아저씨 같은 사람들이 글 속에서 활개치고 다닌다는 점이 그것이다.

쌍팔년도 강산에서 새로 전임 온 경찰 서장과 토착 기득권 세력 간의 보이지 않은 권력 싸움을 다룬 '만고강산'은 성석제만이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내용만 보면 간단하다. 청렴을 추구하려는 경찰 서장과 촌지를 생활화하던 토착 세력이 대립을 하기 시작한다.

대립의 끝은 어떻게 될 것인가? 두 말 할 것도 없다. 하지만 성석제라는 작가의 손을 거친다면 이미 뻔한 이야기가 아니다. 특유의 입담과 필체 속에서 이미 알고 있지만, 궁금한 또 하나의 이야기로 새로 태어난다.

또한 작가의 능청스러움은 지지고 볶는 인간들의 모습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바라보게 만들어준다. 그러면서도 잊지 않는 것은 곳곳에 스며든 위트다. 중독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그것, 성석제의 작품에는 그 매력이 있다. 마침내 끝을 봐야만 손에서 책을 떼어놓을 수 있을 정도다.

시골 축구 풍경을 묘사하면서 지켜보는 이를 웃게 만들었다가 느닷없이 가슴 한 켠을 울리게 하는 '저녁의 눈이신', 풍자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만들면서도 쓴웃음을 짓게 하다가 결국 인간의 정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하는 '내 고운 벗님', 황봉춘이라는 몹쓸 인간의 행태를 고발하다가 결국에 같이 뒹굴고 마는 어처구니없지만 솔직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본래면목' 등이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특유의 입담과 마르지 않는 이야기에 의존해 소설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 성석제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차별하지 않는다. 인간사가 그렇듯 즐거움이 있으면 슬픔도 있고 행복이 있으면 불행도 있다. 특히 비교적 많은 작품이 실렸다고 할 수 있는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에서 객관적이면서도 절실한 모습으로 인간사에 다가가기 위해 작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표제작이기도 한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에서는 모정을 통해 따스함을, '잃어버린 인간'에서는 냉정함을, '소풍'을 통해서는 냉정하지만 결코 냉정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야말로 성석제 소설의 재미를 여실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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