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하고 있는 작가의 집에 강도들이 들이닥쳤다. 작가의 집은 마을에서 멀었고 눈앞에는 총이 있었다. 작가는 돈을 다 줄테니 갖고 가라고 한다. 어차피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었다. 그때였다. 강도 중 한명의 눈이 반짝거린다. 총이 발사됐다. 그는 돈보다 ‘원고’를 원했다. 미국 현대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라고 불리는 시리즈의 미발표 원고였다. 이것의 금액은 상상을 초월할 터였다.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거장을 죽인 강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뜻밖의 사건으로 감옥에 가게 된다. 그 사이 살해당한 작가의 작품들이 사회적으로 다시 조명 받기 시작한다. 미발표 원고에 대한 이야기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살인자는 하루하루 간절하게 기다린다. 돈도 돈이지만 그 원고를 읽을 수 있는 순간을. 세상이 모르는 그 원고를 ‘나’만 읽을 수 있다는 그 기쁨이란!
그 시간, 한 소년이 우연히 가방을 발견했다. 가방에는 돈이 있었다. 거액이었다. 그리고 종이들이 있었다. 누가 글을 쓴 것일까. 소년의 부모는 돈 때문에 싸우고 있었다. 그는 이 돈이면 자신의 가족들이 좀 더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싸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누군가를 사칭해 매달 집에 돈을 보낸다. 일종의 구호기금 같은 의미라고 할까.
어쨌든, 그는 돈을, 살인자의 돈을 쓰는 것이다. 그러다가 원고의 의미를 알았다. 돈은 더 필요했다. 원고를 판다면 얼마나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을까?
살인자가 감옥에서 나왔다. 살인자는 곧바로 가방을 찾으러 갔다. 가방이 없다. 살인자는 짐작이 가는 사람들을 찾아가고, 죽인다. 가방의 행방을 찾던 그에게 누군가 원고에 대해 말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다들 헛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살인자는 그것이 진짜라는 것을 알았다. 살인자가 그를 찾아간다. 소년은 어찌할 것인가. 아찔한 추격이 시작된다. 그 가운데 전직 형사이자 탐정 빌 호지스가 등장한다. 과연 살려낼 수 있을 것인가?
스티븐 킹의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읽으며 꽤 재밌다고 생각했다. '스티븐 킹'과 '탐정소설'이라는 조합이 어색하기는 하지만, 알고 보면 꽤 재밌구나, 하며 감탄했다. 그런 만큼 시리즈의 하나인 <파인더스 키퍼스>도 기대했는데, 잘 쓰는군. 전작에 비해서는 긴장감이 좀 떨어지는 건 있지만, 그리고 빌 호지스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아쉽기도 했지만, 원고를 둘러싼 소년과 살인자의 이야기와 이 문제를 해결하는 탐정의 이야기 역시 꽤 재밌게 읽었다.
탐정소설적인 구조는 저리 밀어두더라도, <파인더스 키퍼스>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원고’에 대한 범죄자의 갈망이다. 원고를 읽겠다는 일념으로 감옥에서 버텼던 남자가 마침내 세상에 나왔을 때의 긴장감이란 어떤가. 책에 미쳤다고 해야 할까. 광기에 사로잡힌 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제거된다.
아, 정말 이런 무지막지한 남자라니… 주인공의 존재감마저 희미하게 만드는 이런 범죄자, 오랜만이다. 모처럼 손에 땀이 났다. 역시 찬란한 범죄자는 그것만으로도 추리소설을 멋지게 만든다. 새삼 느낀다.
매력적인 이야기, 놀라운 광기에 대한 묘사, 은근한 긴장감이 빛나는 <파인더스 키퍼스>, 심심한 순간에 떠올리면 좋을 책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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