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대스타 소설가, 정세랑의 <목소리를 드릴게요>를 읽었다
이 책은 작가의 ‘10년 만의 첫 SF 소설집’이라고 하는데 그 문구에 나 혼자 감격했다. 이쯤 되면 중증인지 모르겠지만 전혀 부끄럽지 않다. 정세랑의 소설에 대해서라면 말이다. 흥미로운 소설들이 많다. 어느 순간부터 거대한 지렁이들이 하늘에서 내려오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현대 문명들이 사라지기 시작한다는 ‘리셋’이라는 소설이 일단 눈에 들어온다. 이 소설은 어찌 보면 대단히 우울한 문명의 미래를 상상한 이야기인데 어째서인지 “멸망이, 멸종이, 끝이 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는 듯도 한데 엄마들과 내 삶은 이상하게 평화”롭다. 어째서일까. ‘도시를 이루는 거의 모든 구성물을 소화해 분변토로 만’드는 거대한 지렁이는 분명 징그러운데 어째서 지구에서의 삶이 더 선해지는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인가. ..
2023.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