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소소하지만 아주 멋진 여행에세이

2023. 8. 18. 23:12독서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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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엄마, 우리 여행 가자>
이 책은 제목부터 '뜨금'하게 만든다. 머릿속으로 내내 생각했지만 막상 소리 내어 말하지 못했던 것을 이 책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 작가 박상준은 어째서 이렇게 가슴을 뜨끔하게 만드는 것일까?

박상준도 이 세상의 수많은 아들, 딸들과 비슷했다. 명색이 여행 작가임에도 그랬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눈물을 보고 용기를 내게 된다. 엄마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은데, 잘 하는 일이 '여행'이니 엄마를 그 길에 초대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고 무슨 대단한 장소를 찾아 여행한 것은 아니다. "엄마, 집 앞이야, 나와요"라는 말로 시작될 수 있는 여행의 장소는 고향집 근처와 이웃 동네다.

그게 무슨 여행인가 싶어 타박이라도 하고 싶지만 모자의 걸음걸이를 뒤쫓아보며 타박은커녕 가슴이 뜨거워져 숨을 골라야 한다. 집 근처를 산책하는 여행일지라도 엄마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기껏 엄마와 여행하겠다고 불러낸 아들이 언제나 그렇듯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화를 내고 소리를 질러도 엄마는 엄마답게 아들을 챙겨주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운전 못하는 아들 대신 운전대를 잡고 있는 그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치기도 한다. 책 속의 '엄마'가 유별나기에 그런 것일까? 아니다. 책 속의 엄마는 세상 모든 '엄마'와 비슷해 보인다. 그래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이리라. 엄마들은 아들과 함께 집 밖으로 나섰다는 것만으로도,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에도 그렇게 즐거워하고 있으니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모자의 여행은 엄마만 그렇게 즐거워하는 일일까? <엄마, 우리 여행 가자>를 보건데 그 여행은 '아들'에게도 소중해 보인다. 엄마가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건 그렇다 하더라도 엄마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더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기에, 엄마의 마음에 자리하고 있는 소녀 같은 그리고 처녀 같은 모습들을 만날 수 있기에 그 여행은 그렇게도 소중하게 남겨지는 것이다.


2.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
남매가 엄마의 은퇴 선물로 세계여행권을 내민다. 딸은 사정이 있어 준비만 해야 했지만 기어코 아들과 엄마는 저 세계 속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가능할까?, 싶었다. 남중, 남고를 나온 내가 아는 애들 중에서 엄마와 단 둘이 여행 가는 걸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다. 또한 잠깐 외출하는 동안에도 문제가 생긴다. 그건 엄마를 싫어하거나 사랑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그냥, 아들은 그런 거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그런 문제와 별도로 책 속의 엄마는 환갑을 앞두고 있었다. 세계여행을, 그것도 자유여행의 형식으로 다닌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엄마가 고민했던 건 당연한 일. 그럼에도 엄마는 아들과 함께 떠나는데…

이게 웬걸.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에서 엄마는 누구보다 여행자스러웠고 누구보다 즐거워하고 있었다. 엄마의 그 마음이, 그걸 바라보는 아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았는데, 왜 이리 가슴이 뭉클했던지.

여행은 중국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를 거쳐 중동까지 이어진다. 그 사이 모자가 겪어야 했던 일도 많고 걱정했던 사건들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참 꿋꿋이 가는데… 그 모습이 왜 이렇게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걸까. 그건 단지 여행이야기가 아주 재밌게 담겨 있기에 그런 것이 아니다. 또한 사진들이 멋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어떤 진정성이, 너무나도 강렬하기에 그런 것일 게다.

그리고 그 끌림… 그들처럼 해보고 싶다는 그 어떤 유혹이 너무나 커서 그런 것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그런 건 없지만, 그럼에도 무엇인가를 상상하게 하는 그런 것, 그것이 책을 보는 동안 점점 커지고 확고해지는데, 참 좋다. 이 책은 잊지 못할 또 한권의 여행책이 될 것만 같다. 아니, 어쩌면 이미 됐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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