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굿바이, 게으름>을 읽고

오늘도vi인생 2023. 7. 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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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게으름뱅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무슨 생각을 할까? 모순적인 말이라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 문요한은 <굿바이, 게으름>에서 그것이 모순이 아니라고 말한다. 한발 더 나아가 이것이 살아가는데 심각한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유는? 스스로 게으르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채, 삶을 제대로 꾸려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바쁜 게으름뱅이의 사례를 보자. 내일 시험을 볼 학생이 마지막으로 공부한 것을 정리하려고 책상 앞에 앉았다. 그런데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때 책상이 지저분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열심히 책상을 정리한다. 그렇게 하고 보니 시간은 벌써 늦은 시간. 공부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학생은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그때서야 부랴부랴 책을 펴본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바쁘다, 바빠”를 연발한다.

이런 학생을 두고 게으르다고 한다면 말이 될까? 문요한은 게으르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이 학생은 막상 해야 할 일을 회피하고 다른 일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쁜 것으로 보이고, 당사자도 그렇게 여기지만 실상은 게으름의 대가에 불과하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문요한이 말하는 게으름이 기존의 생각과 뭔가 다르다는 것이다. 왜 그런 걸까? 문요한이 게으름을 ‘삶의 에너지가 저하되거나 흩어진 상태’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문요한은 게으름을 ‘작은 게으름’과 ‘큰 게으름’으로 나누고 있다. 작은 게으름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 예컨대 옷을 벗고 아무 곳에나 두는 것이나 아침잠이 많다거나 하는 것이다. 반면에 큰 게으름은 ‘삶의 중심 영역에서 에너지가 저하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런 게으름은 일종의 ‘선택장애’로 나타난다. 선택장애란 수동적인 행위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이런 게으름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관계를 고려치 않고 행동하게 된다. 정작 해야 할 일에 대해서 부정적인 사고를 갖고 있어서 당장 하지 않아도 될 일부터 하는 것도 그것의 일종인 셈이다. 이런 게으름은 여러 가지 형태로 삶에 영향을 끼친다. 결정을 미루는 것은 물론, 공부를 하기도 전에 여러 가지 색연필로 공부 계획표를 열심히 작성만 하는 ‘시작의 지연’, ‘약속 어기기’, ‘딴짓 하기’, ‘꾸물거리기’등으로 삶의 흐름을 불균형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당사자가 이것을 모른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자기합리화’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시작을 지연할 때는 “실패하면 큰일이니까 좀 더 알아보고 시작해야지!”라는 말을 하거나, 눈앞에 있는 것에 연연할 때는 “오늘만 쉬고 내일부터만 하자!”라고 하거나, 게으름을 효율성으로 미화해서 “나는 벼락치기 체질이야!”라는 식으로 말을 하는 것이다. 심지어 “그 일은 나에게 맞지 않아! 그런데 맞는 일이 뭔지는 모르겠어.”라거나 “인생 여유 있게 살자!”며 게으름을 ‘여유’로 미화하기도 한다. 이러다보니 자신의 문제가 뭔지도 모른 채, 매일 같은 문제들이 생기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게으름에 관한 문제들을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문요한은 열 가지 방법을 들어 치유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첫째는 자신이 게으르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를 분명하게 깨달아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게으름 타파!’를 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명확한 미래상을 세워야 고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문요한은 긍정적인 습관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만족을 주는 어떤 행위를 계속한다면 눈앞의 것에 연연하거나 선택장애를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몰입’하는 것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힘겹게 단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빠져들 수 있는 것을 찾는 것도 게으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문요한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게으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그 방법들이 요즘의 자기계발서답지 않게 ‘현실적’이다. 때문에 바쁜 것 같은데 막상 되는 일은 하나도 없어서 고민하는 사람, 언제나 시간이 부족하다고 여기거나 스스로를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바쁜 게으름뱅이’라는 말을 들고 찾아온 문요한의 <굿바이, 게으름>, 자기계발서다운 면목을 여러모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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