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기업의 선택 문화마케팅
요즘 ‘문화 마케팅’이 떠오르고 있다. 기업의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알리는데 이만한 기회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문화 마케팅이 무엇인가? 정체를 알 수가 없다. 최근에 가장 흔한 것으로, 기업의 홈페이지에 가입한 뒤 추첨 등을 통해 영화 관람권을 받는 게 그것일까? 아니면 경품처럼 연극 표를 얻는 게 문화 마케팅일까?
애매하다. 더욱이 전문가들도 문화 마케팅이 왜 중요한지는 지적하지만 구체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맥을 짚어주지 못한다. 두루뭉술하게 원론적인 이야기에 그치는 수준이다. 그래서인지 김우정의 <위대한 기업의 선택 문화 마케팅>(이하 <문화 마케팅>)은 단연 눈길을 끈다. 하는 말은 원론이지만 전달하는 방법이 톡톡 튀기 때문이다. 어떻게 ‘튀고’ 있을까? 그 비결을 찾아 책 속을 엿보기로 하자.
<문화 마케팅>은 7가지의 성공법칙을 설명하는 1부와 ‘예술에서 배우는 마케팅’ 2부로 구성돼 있는데 앞에서 말했듯이 그것들은 ‘원론’적이다. 법칙이라는 것이 ‘제품과 기술을 결합하라’, ‘열성고객을 확보하라’, ‘브랜드를 창조하라’ 등이니 그렇게 여길 수밖에 없다. ‘고작 이거야?’하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웬만한 마케팅 관련 도서에서 발견되는 현상이다. 원론이 그렇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 그러니 중요한 건 그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가 하는 것이다.
<문화 마케팅>은 어떨까? 저자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승부하고 있다. 남들처럼 누구나 아는 외국의 뻔한 사례를 드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 땅의 기업들이 성공을 거둔 것들을 토대로 한 것이다. 그래서 톡톡 튄다. 바로 ‘당신’의 곁에서 벌어졌으며 현재도 벌이지고 있는 것이니 원론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니 튀지 않을 수 있으랴.
법칙의 사례들을 보자. 성공법칙 1은 ‘제품과 기술을 결합하라’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 같지만 구체적으로 그것을 실현하는 이는 드물다.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용한 이들이 있으며 성공한 이들이 있다. 책에서 언급한 기업으로는 한화그룹이 있는데 그 방법은 ‘서울세계불꽃축제’이다.
이것이 왜 성공사례로 뽑혔을까? 먼저 왜 불꽃축제인지 보자. 한화는 화약을 모태로 하는 기업으로 저자의 말마따나 화약은 불꽃놀이와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녔다. 그러니 불꽃놀이만큼 한화의 이미지를 친근하게 떠올릴 수 있게 해주는 것도 드물다. 더욱이 ‘기업이 사회를 밝히는 불꽃이 돼야 한다’는 의미까지 담겨 있다. 불꽃축제만큼 한화의 이미지를 좋게, 또한 특성 있게 알려주는 것도 없는 셈이다.
효과는 어떨까? 하루 관람인원만 100만명이 넘는다. 게다가 조사 결과 “한화가 주최한다는 사실을 아는 시민들은 한화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된 것”으로 나왔다. 그러니 더 이상 무슨 효과를 말할까? 2004년 프로야구 전 경기 총 관객동원수가 약 만 명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더욱 그러하다.
성공법칙 2 ‘열성고객을 확보하라’의 LG전자의 사례도 두고두고 생각해볼 경우다. LG전자는 카자흐스탄에 진출하면서 “현지문화를 수용하고 존중하는 문화동화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쳤는데 그 방법이라는 것이 가전업체답게 카작어 가라오케 디스크를 개발해 모국어 보급 운동에 기여하기, 노래 부르기 좋아한느 국민성을 고려해 ‘카작 카라오케 페스티벌’을 매년 열고 있다. 저자의 평가에 따르면 LG전자는 10년 동안 꾸준하게 문화 마케팅을 펼쳤는데 이 지역에서 2005년까지 4년 연속 최고 가전업체로 선정되며 거대한 ‘열성고객군’을 형성했다고 한다. 물론 그 고객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두 번 말할 필요도 없다.
이쯤 되면 문화 마케팅이 무엇인지 그 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 <문화 마케팅>의 성공법칙들, 정확히 말하면 그 사례들과 그것에 대한 저자의 설명만 훑어봐도 문화 마케팅의 맥을 짚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앞서 예를 든 한화그룹이나 LG전자들은 대기업이다. 결국 성공적인 문화 마케팅이라는 것이 자본의 힘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사실일까?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기도 하다. 저자는 “돈보다 고객과 호흡하는 방법이 먼저”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그 사례로 덕수궁 미술관을 들 수 있다. 이곳은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삼성 미술관에 비하면 규모나 작품숫자가 턱없이 작다. 미술관으로서 굳이 찾아야 할 이유가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곳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창의적인 마케팅과 프로그램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적은 예상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미술관으로 관람객이 찾아오게 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렇게 하여 개발한 프로그램들이 ‘미술관 체험 보고서 만들기’, ‘수화로 읽는 미술감상’, ‘웰빙 샌드위치가 있는 미술관’, ‘아빠는 미술박사’등이다. 창의성 면에서 ‘아빠는 미술박사’가 특히 눈에 띄는데 이것은 먼저 초청해 교육을 한 뒤 가족들을 불러 뽐내며 전시회를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책에서는 “경기 위축으로 어개에 힘이 빠진 아빠들의 기를 살려주고, 가족관람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인색할 수가 없다. 생각해보라. 아이들이 멋진 미술품을 보는 것도 기억에 남지만 미술박사인 아빠의 설명을 들으며 감상하는 것이 더 기억에 남을 수 있고 더 만족스러울 수 있다. 돈이면 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입장을 고려한 창의력이 이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다들 문화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문화 마케팅이 무엇인지가 없었다. 하지만 김우정은 ‘문화 마케팅이 뭐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지금 이곳’을 보여줌으로써 명확하게 해줬다. 그러니 문화 마케팅이 궁금하다면, 구체적인 사례를 알고 싶다면, 기대해도 좋다.